신이 된 날 감상 -방황하는 각본과 실패한 설계- by 더스크

스포일러 주의

(차라리 이 둘만 나왔더라면)

솔직히 나는 여태까지 마에다 준 작품이라고 하면 별다른 편견 없이 봐왔다
게임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 AB! 나 샬롯도 좀 요상한 결말을 빼놓고 보면 충분히 재밌게 보았고
특유의 센스로 마음에 들었기에. 그래서 이번 '신이 된 날'에 대해선 조금 기대하고 있었고 실제로 중간까지는 꽤 재밌게 봤다.
아무튼 앞 두 작품이 작품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던 걸로 알고 있고 
이번엔 정말로 제대로 하지 않으면 팬들한테도 버림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제버릇은 남 못주더라


(이 전개엔 정말로 머리가 멍해졌다)

급전개
항상 애니화에 관여하는 마에다 준이라는 이름 옆엔 급전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도 그 수식어를 떼는 건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거의 7화까지 일상파트라는 이름의 내용 없는 이야기가 전개됐고, 그 와중에 잠깐 잠깐 등장하는 '히로토' 파트가 그나마 유일한 스토리 전개였으니까. 그럼 전체 12화 구성 중에 남은 5편으로 이야기를 정리해야 하는데 굳이 앞에 7화까지 필요했던건가 싶은 페이스 배분 문제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시청자가 납득하게 만드는데 실패했으니까 말이지



(웃음만큼은 넘쳤던 정신나간 마작편)

전·후반의 배분 문제
솔직히 후반 이야기를 보는 동안엔 분배를 실패해 급하게 전개하는 후반 내용에 꽤 불만이었지만, 그렇다고 전반 파트가 길어서 문제였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각 캐릭터를 조명하며 편수를 할당하고, 그러한 캐릭터가 모여서 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여지없이 마에다 준의 대표분야이기도 하고 실제로 각 화의 완급조절에 실패한건 아니라서 보면서 재미는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파티를 가지고 이야기를 정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히나'와 헤어지게 된 '요타'는 혼자가 된다. 웃긴게 후반에서 히나를 찾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건 여태까지 함께 해 온 친구들이 아니라 갑자기 튀어나와 이야기를 혼자 진행시키던 '히로토'라는 점이다. 이럴거면 대체 그 앞에서 조명했던 친구들은 뭐가 되는가.


(그가 아군이 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었나)

후반에 모든 걸 몰아넣어 정리
앞서 시간을 조연으로 날려먹어버리니 마지막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터져버린 히나와 요타의 문제를 어떻게든 수습은 해야하는데 이야기를 풀 시간이 없으니까 날림공사를 마구 해버린다. 갑작스레 빌런격의 인물인 '시바 쇼쿄'를 등장시켜서 그럴듯한 벽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지만, 옆에서 봤을 때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타당한 대답을 내주는 건 '쇼코'지 '요타'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던 작품이니 만큼 결말에선 '요타'와 같이 가기를 '히나'가 선택한다. '히나'의 가족에 대한 동경과 '요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이야 할 수 있지만 '히나'가 '요타'를 선택하는 건 감정에 의한 충동이고 이를 시설측에서 가만히 보내줬다는 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뭔가 있어보이는 키비주얼이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현실적인가? 비현실적인가?
위에서 왜 이렇게 현실적인가를 고집하냐면. 이 작품 자체가 현실과 비현실 그 중간 어디에서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내적으로는 히나라는 인물의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그려지고, 그 능력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까보니 양자컴퓨터 얘기가 나오고, 히나의 능력은 그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산예측일뿐
딱히 신비랄 것도 없었다. 그리고 후반에 나오는 개두 수술 및 유아퇴행 부분엔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요소를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차라리 애매모호한 불치병이나 그러한 종류의 병이라고 하는 편이 시청자 입장에선 더 마음이 편했을텐데


(오히려 이쪽이 퇴행한게 아닐까 싶었던 주인공의 무능한 모습들)

유능했던 그리고 무능해진 주인공
작품이 이렇게 전반, 후반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중심에 서는 주인공의 능력적인 면에서도 부조화가 눈에 띈다. 전반 일상 파트에서는 히나의 조언이 있었다고 해도 과하지만 비범한 연기력에 온갖 능력에 출중한 면을 보여주면서 마치 만능형 주인공으로 그려지지만, 후반에는 몰락도 이런 몰락이 없어서. 행동력 자체는 인정할만 하지만 정작 그 행동에 이르기까지의 원동력을 죄다 남한테서 얻고 있어서 뭐지 이 수동적인 병X은 하는 생각이 들고, 기억을 잃은 '히나'와의 생활 중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로 그 전반 주인공하고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배려하지 못하고 단락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대체 왜 이렇게 연출한건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커는 대체 왜 필요했는가
이야기를 통틀어서 꾸준히 자기 할 일 한 사람은 유일하게 해커로 등장하는 '히로토'뿐인데 이녀석도 결국 애매한 연민으로 중간에 포지션을 잃는다. 재밌는 점은 악역 장치로 마련된 이 '히로토'마저 각본을 조금만 손보면 등장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다는 점이겠지. 이건 비단 히로토 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친구들도 포함된다. 작품의 테마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크게 활용방식이 바뀔텐데도 불구하고 삭제해도 무방한 수준의 활약이라니 시간만 잡아먹는 이들을 대체 왜 집어넣었단 말인가



(이자나미 씨 귀여워요!)


남은 건 결국 캐릭터 디자인 뿐
결국 한 이야기를 마치고 되돌아보면 그저 귀여웠던 캐릭터 디자인만 기억에 남는다.
적지 않은 수의 등장인물이 나왔지만 머리에 남은 건 '요타'가 줄기차게 외치던 '이자나미' 뿐이고
벌써 남성 친구의 이름도 까먹은 걸 보면 비중도 알만하다. 그리고 히나가 귀여웠지

아무튼 그렇다 사견이지만 마에다 준의 각본으로서의 수명은 여기서 다했다고 본다.
무수한 디스에 본인도 SNS 계정을 닫아버렸다고 하고, 라디오발 소식으론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니
본인도 이 사태에 대해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거겠지

다시 볼 날이 있다면, 조금 시대에 뒤떨어졌어도 그냥 걸게임이라는 테두리 내이거나.
아니면 각본에 손대지 않는 원안으로서 만나길 바란다.



덧글

  • Megane 2020/12/28 23:40 # 답글

    기본이 되는 중심 스토리라인 부터 부실하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없어서 3화 정도에서 때려치긴 했지만...
  • 레코 2020/12/29 03:50 # 답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동감되는 이야기뿐이군요
    엔젤비트에 샤를로트까지 겪고나서도 애니메이션 각본실력이 하나도 늘지않은 모습에 감탄할 뿐이였습니다
  • Uglycat 2020/12/29 12:53 # 답글

    초중반의 분량낭비가 가장 큰 패착 되겠습니다...
    거기에 서브 캐릭터의 활용이 나빴던 점 또한 문제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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